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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로 세상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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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로 세상 읽기 2023년 10호

우리 골목에 일어난 변화, 젠트리피케이션

망리단길(서울시 망원동), 연트럴파크(서울시 연남동), 황리단길(경북 경주시 황남동), 행리단길(경기도 수원시 행궁동)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입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조용한 골목이었던 이곳들은 맛집, 분위기있는 카페, 아기자기한 공방 등 특색 있는 가게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골목 상권으로 발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 골목 상권에 일어난 변화로 뜻밖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요?

용어 정리
* 유동 인구
일정 기간 동안 한 지역을 오가는 사람의 수
** 재개발
주택, 상가와 같은 건축물과 도로, 상하수도와 같은 기반 시설이 모두 낡았을 때 모든 시설을 새로 정비하며 도시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
*** 재건축
건축물은 낡았지만 기반 시설은 양호할 때 건축물만 다시 지으면서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
교육과정
· 중학교 「사회」 공간 관계, 생활 공간의 체계
· 고등학교 「통합사회」 생활 공간, 시장
· 고등학교 「경제」 국가와 경제 활동

지역 경제의 활력소, 골목 상권

서울의 북촌, 연남동, 익선동에는 단독 주택이나 다가구 주택을 활용한 식당이나 카페, 공방 등이 모여 고유한 분위기를 가진 상권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큰 길가보다는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골목과 주택가에 상업 시설이 들어선 것입니다. 골목 상권이 그 지역만의 특정한 문화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면서 대로변 상권의 매출을 능가하는 상점도 생겨났습니다. 2015년 서울의 주요 상권을 방문한 유동 인구*의 1인당 총매출액을 비교해 보면 2위 문래동, 5위 성수동, 8위 익선동 등이 상위권에 있을 정도로 골목 상권은 지역 경제의 활력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유동 인구 1인당 총매출액1)

출처: 모종린, 『골목길 자본론』, 다산북스(2017)

하지만 골목을 찾는 외지인이 늘어나면서 임대료나 집값이 크게 상승해 원래부터 이곳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점차 지역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골목만의 지역 문화를 유지하던 상점들이 문을 닫으면서 고유한 문화도 점점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골목길만의 고유한 이름을 갖게 되었지만, 유명세를 얻은 이름을 부르지 말자는 운동(예: ‘망리단길 싫어요: 망리단길 부르지 않기’ 서명 운동)을 벌이는 곳도 생겨났습니다.

1) 전체 매출액을 유동 인구로 나눈 값
그림 1 2022년 서울 주요 상권 임대료 증감률(2021년 대비)

출처: 서울특별시, 「2022년 서울시 상가임대차 실태조사 최종보고서」를 참고해 재구성

골목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서울의 성수동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성수동에는 수제화 거리의 낡은 공장과 창고를 예술인들이 감각적으로 꾸미면서 독특한 특성을 가진 상권이 만들어졌습니다. 고유한 분위기를 찾아 성수동을 방문하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상권이 유명해지자, 가게 임대료가 상승하고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결국 높은 임대료로 상권의 빈 가게는 늘어나고 대기업 프랜차이즈만 남게 되었고, 성수동만의 고유한 특성이 사라지자 이를 찾아 방문하는 사람이 줄어들며 골목 상권 활성화에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이처럼 도심 특정 지역의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내몰리는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2)이라고 합니다.

그림 2 우리나라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과정

출처: 국토연구원, 「젠트리피케이션 대응정책의 실효성 제고 방향: 도시재생사업을 중심으로」, 2017

젠트리피케이션은 영국의 도시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Ruth Glass)가 1960년대 영국 런던의 도심 지역에서 나타난 현상을 설명하면서 처음 언급한 용어입니다. 당시 런던의 도심 지역에는 주로 노동자 계급이, 교외 지역에는 중산층과 상류층이 모여 살았습니다. 도로가 건설되며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도심에 여러 기업과 편의 시설이 생겨나자 중상류층은 생활이 편리하고 근무지와 가까운 도심으로 이주하며 낙후된 주택을 수리하거나 새로운 주택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도심 주거지의 가치, 즉 부동산 가격이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원래 도심에 살던 노동자 계층은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고, 이렇게 비워진 공간은 부동산 개발업자에 의해 고가의 주택과 건물로 탈바꿈했습니다. 이로 인해 기존 도심 지역에 거주하던 주민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영국의 사례처럼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주거 지역의 재개발** 또는 재건축***사업을 통해 생겨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주거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이전에 비해 높아지자, 주택 구매 비용이나 집세 등 주거 비용이 함께 커졌고 중산층 또는 고소득자가 기존에 거주하던 주민들을 대체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처럼 젠트리피케이션은 주거 지역에서도 나타날 수 있고, 앞서 살펴본 성수동과 같은 상업 지역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2) 상류 계층을 의미하는 ‘Gentry’에서 파생된 말로, 특정 지역을 고급스럽게 변모시킨다는 의미의 동사 ‘Gentrify’의 명사형임. 변화를 주도하는 개척자들은 ‘젠트리파이어(Gentrifier)’라고 함.

젠트리피케이션이 주목받는 이유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나타나기 때문에 젠트리피케이션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모두 있습니다. 긍정적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던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오르고 인프라가 개선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가와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원래 그곳에서 살거나 경제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한다는 점은 부정적으로 인식됩니다. 국립국어원은 젠트리피케이션을 ‘둥지 내몰림’으로 쓰길 권하고 있는데, ‘내몰림’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젠트리피케이션은 구성원의 비자발적 이주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사회적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예술인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골목 상권이 대기업 프랜차이즈로 채워지게 되면, 골목 상권의 고유한 매력이 사라지면서 그 지역은 특색을 잃게 됩니다. 그곳을 찾는 소비자의 발길이 줄어들어 골목 상권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역시 어려워집니다.

그림 3 젠트리피케이션의 특성

골목 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는?

이에 따라 일부 지방 정부를 중심으로 해당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수동이 속한 서울시 성동구는 2015년부터 ‘지속 가능 발전 구역’을 지정해 구역 내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입점을 제한하고, 임대료 안정을 위해 건물주와 협약을 맺는 조례를 제정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성동구의 이러한 시도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에 영향을 주었습니다.3)개정된 법률에 따르면, 상가 건물의 임대차 보호 기간은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고, 임대료 인상 상한선은 9%에서 5%로 낮아졌습니다.

2017년 개정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약칭: 도시재생법)」과 2021년 제정된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약칭: 지역상권법)」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정적 측면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반영되었습니다. 도시재생법에서는 쇠퇴한 지역을 활성화하는 ‘도시 재생 사업’을 추진할 때 주민, 상가의 임대인과 임차인, 지방 정부가 서로 상생하는 협약을 체결하도록 했습니다. 지역상권법에서는 ‘지역 상생 협의체’를 구성해 지역 상생을 저해하는 업종에 대해서는 상권 진입 여부를 사전에 심사해 지역 상권을 보호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이 법률에서는 세금 감면, 건물 증축 시 이자 지원 등을 통해 임대인의 권리도 보장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지역 사회 구성원 간의 협력을 통해 지역 상권을 보호하고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은 임대료의 완만한 상승과 골목 상권 유지를 위해, 지방 정부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골목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공공재를 설치하거나 골목 상권의 가게를 직접 지원하는 데 나서기도 합니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어떤 관점으로 보아야 할까요?

3) 매일일보, 「성동구, 성수동 전역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 2023. 8. 2.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함께 만드는 <경제로 세상 읽기>는 매달 1편씩 기획재정부 경제교육포털 경제배움e(econedu.go.kr)에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 내용 문의 또는 주제 제안: jjyong@kdi.re.kr

01
빈칸에 들어갈 말로 알맞은 것은?
  • 상승, 보완
  • 상승, 대체
  • 하락, 보완
  • 하락, 대체
02
빈칸에 들어갈 말로 알맞은 것은?
<우리나라의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과정>
  • 공업 인구의 증가
  • 대기업 프랜차이즈 이탈
  • 지역의 고유한 특성 강화
  • 기존 소상공인, 예술가의 지역 이탈
03
골목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나라 지방 정부가 시행한 정책이 아닌 것은?
  • 세금 감면
  • 지역 상생 협의체 구성
  • 임대료 인상 상한선 인상
  • 대기업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
04
젠트리피케이션에 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 상업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발생한다.
  • 상류 계층을 의미하는 ‘Gentry’에서 파생된 말이다.
  • 지역 경제 활성화와 상권 구성원의 변화가 일어난다.
05
‘일정 기간 동안 한 지역을 오가는 사람의 수’를 뜻하는 용어는?
  • 유동 인구
  • 유업 인구
  • 상주 인구
  • 가동 인구
06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영국의 도시 사회학자는?
  • 애덤 스미스
  • 루스 글래스
  • 더글러스 노스
  • 존 메이너드 케인스
07
국립국어원에서 제시한, 젠트리피케이션을 의미하는 표현은?
  • 둥지 몰림
  • 둥지 내몰림
  • 도심 몰림
  • 도심 내몰림
08
‘주택, 상가 등의 건축물과 기반 시설이 낡아 모든 시설을 새로 정비하며 도시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의미하는 용어는?
  • 활성화
  • 재건축
  • 재개발
  • 도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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