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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없는 전쟁,

보호무역

최근 경제 분야의 가장 큰 이슈를 꼽으라면 많은 전문가들이 단연 ‘보호무역’을 꼽을 것입니다. 그동안 미·중 간의 무역분쟁으로 인해 주요 국가의 보호무역 기조가 크게 강화되는 추세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동에서는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제 원유 가격에 커다란 영향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세계 무역환경의 변화는 우리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치·역사적인 문제 등과 얽혀 주변국들과의 무역 갈등으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당사국이기도 합니다. 보호무역을 하는 국가들은 관세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상품의 통관지연 등 다양한 비관세 수단을 통해 수입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보호무역의 원인과 수단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림 1. 수·출입을 준비하는 항만 모습>

보호무역의 태동 배경

원래 보호무역주의는 자유무역 이론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했습니다. 자유무역을 수행하다 보면, 자본이 풍부하고 기술이 발달된 선진국은 공업 부문에 특화해 지속적으로 고도의 공업화를 달성할 수 있는 반면,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은 농업 부문에 특화할 수밖에 없어서 공업화의 기회를 박탈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또한 농산품의 상대가격 하락은 교역 조건을 악화시키고, 자유무역은 선진국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여 세계의 빈부 격차를 점점 더 확대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미성숙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외국의 경쟁압박으로부터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저개발국이 특정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동안 해당 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합니다. 즉 미성숙한 산업을 일정기간 외국의 경쟁압력으로부터 보호하여 해당산업이 학습효과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우리나라도 한동안 보호무역을 통해 국내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국가안보 관점에서 보호무역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이라든가 철강, 조선과 같은 제조업의 경우에는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해서 무조건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특정 국가와의 국제적 분쟁 시에는 수입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호무역의 전통적인 수단

많은 국가들이 보호무역을 위한 수단으로 관세와 덤핑을 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관세는 외국에서 생산되어 국내에서 소비되는 물건에 부과되는 세금입니다. 관세는 무역규제의 여러 방식 중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방법으로서 수입품의 국제가격보다 국내가격을 비싸게 유지함으로써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관세에도 그 보유 목적과 내용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다른 나라 정부가 자기네 기업들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의 효과를 상쇄하려는 목적으로 부과되는 관세인 상계관세, 국내산업의 보호를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거나, 긴급히 특정상품의 수입을 억제하기 위하여 특정수입품에 대해 부과하는 관세인 긴급관세, 상대국의 자국상품에 대한 관세부과에 대항하기 위해 부과하는 관세인 보복관세 등이 있습니다.

덤핑은 자국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일반적인 방법 중 하나로 수출품의 가격이 국내에서 판매되었을 때의 가격보다 낮도록 유도하여 수출을 진흥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수출국에서 덤핑가격을 통해 물건을 수출할 경우, 수입국은 덤핑 효과를 제거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하여 수입품 가격을 인상시키기도 합니다.

수입할당제 역시 대표적인 보호무역의 수단입니다. 수입할당제란 어떤 상품에 대해 수입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을 정해 놓고 그 이하로 수입하는 것만을 허락하는 제도로서, 수입량을 직접 줄이는 효과를 목표로 합니다. 수입할당제의 효과는 관세와 유사합니다. 관세나 수입할당제 모두 수입량을 줄이고, 국산품 물건의 가격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상에서 열거한 여러 보호무역을 위한 수단들은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을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 기조가 뚜렷해짐에 따라, 적용하기가 쉽지 않아졌습니다. 이에 여러 국가들은 통상 관련해서 국제적인 소송에 휘말리지 않을 보다 교묘한 방식의 보호무역 방식들을 활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점점 더 교묘해지는 보호무역 수단들

관세 이외에도 판매방식에 의한 보호무역을 추구하는 시도들도 많습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1982년 일본과의 무역 분쟁 과정에서 일본 제품의 수입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세관 절차를 악용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프랑스는 일본에서 수입되는 비디오플레이어는 모두 특정 항구만을 통해서 들어오도록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당 항구에는 세관원을 단 한 명만 배치하고 해당 세관원을 통해서 모든 행정처리가 이루어지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행정적 제약으로 인해 당시 프랑스의 일본산 비디오플레이어 수입은 90% 가까이 감소하였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은 자국 산업을 지키기 위해 전기 플러그를 이용했습니다. 인구가 1000만 명도 채 안 되는 이스라엘은 다른 나라에선 사용하지 않는 전기 플러그 형태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전기 플러그를 사용함으로써 외국산 전자 제품이 자국 시장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게 차단하기 위함입니다.

<그림 2. 이스라엘의 독특한 전기 플러그>

제품 네이밍 차별화를 통한 무역 규제 역시 많은 국가에서 도입했던 전략 중 하나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과 베트남의 메기 분쟁을 꼽을 수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 메기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대되자, 메기 양식에 성공한 베트남에서 메기의 대미 수출이 급증했습니다. 특히 2001년 양국간의 무역협정이 발표되면서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불과 5년 만에 9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베트남산 메기 수입이 급격히 늘어나자 미국 메기생산협회는 미 정부를 압박하여 메기(catfish)라는 생선 본연의 이름을 미국 산 메기에만 붙이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러한 법규로 인해 베트남산 메기는 동일한 어종임에도 불구하고 메기의 베트남식 표현인 ‘바싸’ 내지 ‘트라’ 등으로 표기하도록 강제한 것입니다.

미국 메기생산협회가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한 이유는 이전에 여타 국가들이 상품 이름을 통해서 자국의 상품과 해외 상품을 명확히 구분하는 전략을 추진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자국의 대표 먹거리라 할 수 있는 소시지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특정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소시지에는 원조 소시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소시지라는 상호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바 있습니다. 대신 비닐봉지에 담긴 돼지고기(pork filled offal tube)라는 상표명을 사용하도록 허용하였습니다. 이탈리아 역시 자국산 밀로 만든 파스타에만 파스타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한 바 있습니다.

<그림 3. 미국 메기와 베트남 메기>

미국 메기생산협회 역시 상품 네이밍을 기반으로 한 수입 억제 방식을 시도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산 메기에 대한 수요는 줄기는 커녕 지속적으로 늘어나기만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자 미국메기생산협회는 미국산 메기와 베트남산 메기는 다른 것이기에 이름도 달리 붙어야 한다는 종전의 입장을 접고, 베트남 산 메기가 수입되어 동일한 어종인 미국 산 메기 생산회사의 피해가 유발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덤핑조사를 신청하였고, 당시 미국 정부 역시 덤핑을 인정하여 베트남산 메기에 60%에 가까운 높은 관세를 부과하였습니다.

보호무역은 앞으로도 계속 존재

세계경제는 ‘글로벌 경제’라고 일컫듯이 국가 간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경제발전을 이룩해 왔습니다. 동시에 각국은 자국의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다양한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세계 각국은 자국의 경제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관세 혹은 비관세 장벽을 통한 보호무역을 취할 수 있습니다. 이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커다란 피해를 줄 수 있는 잠재적인 요인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가 보호무역의 의미와 다양한 수단들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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