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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성장 동력,

잠재성장률

한 해가 저물어 가면서, 많은 국내외 경제 관련 기관들은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제시했던 2019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수정될 때마다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8년 10월에 2019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지만, 2019년 10월에는 2.0%로 대폭 낮췄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18년 11월에 전망했던 2019년 한국 경제성장률(2.8%)을 올해 들어 5월(2.4%), 9월(2.1%), 11월(2.0%)에 계속해 하향 조정한 바 있습니다. 이는 한국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성장률 전망치에 가려 우리는 더 중요한 지표를 놓치고 있습니다. 바로 ‘잠재성장률’입니다. 지금부터 잠재성장률의 의미를 알아보고, 지금 우리가 잠재성장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국가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잠재성장률

경제성장률은 일정 기간 동안 한 나라의 경제 규모가 전년 대비 얼마나 커졌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2019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0%라고 하면, 우리나라의 2019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2018년에 비해 2.0% 더 커졌다는 의미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 규모는 매년 성장합니다. GDP 규모가 줄어드는 경제 침체는 드물게 발생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경제성장률이 음(-)의 값을 기록한 것은 2차 석유파동 직후인 1980년(-1.7%)과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5.5%) 단 두 차례뿐입니다.

<그림 1. 우리나라 실질 경제성장률>

경제성장률 즉, 실질 GDP 성장률이 국가의 경제성장을 보여주는 ‘실측치’라면,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의 노동·자본 등 사용 가능한 생산자원을 최대로 활용했을 때 달성 가능한 ‘최대 경제성장률’을 의미합니다. 단, 잠재성장률은 물가가 안정된 상황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잠재성장률이 높으면 그만큼 해당 국가의 실제 경제성장률 또한 높아질 수 있습니다. 반면 잠재성장률이 낮으면 그 나라의 생산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더라도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이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잠재성장률은 그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잠재성장률의 추계 방법은 기관마다 다르므로 발표하는 기관에 따라 그 값은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2019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OECD는 2.62%라고 추정했지만, 한국은행은 2.2%로 추계했습니다. 이러한 차이에도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최대 성장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경제성장 목표 설정이나 향후 물가 흐름 예측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잠재성장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실제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보다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습니다. 그 나라가 보유한 노동과 자본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거나 외부 환경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등의 다양한 이유로 실질 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한 국가의 생산 능력보다 더 많은 생산 활동을 했다면 실질 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2019년에 일시적으로 주춤한 것이라면 정부지출을 확대하거나 금리를 낮춤으로써 경제성장을 끌어올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잠재성장률이 하락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면, 이와 같은 단기적인 대응으로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이후 지속해서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한국은행 추계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5%대였던 잠재성장률이 2010년 들어 3%대로 낮아졌습니다. 일부 연구기관은 2025년 이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1%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원인을 세계교역 감소와 같은 외부 요인으로 돌리기보다 내부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림 2.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우리나라 성장 엔진 들여다보기

지금부터는 잠재성장률의 구성 요소를 살펴보겠습니다. 잠재성장률은 노동 투입, 자본 투입, 총요소 생산성의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잠재성장률을 산출하는 표준화된 공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관에 따라 추계방법과 세부 지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림 3. 잠재성장률 구성 요소>

노동 투입은 총취업자 수, 평균 근로시간, 노동의 질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사람의 수가 많아지거나 노동의 질이 높아져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기준 0.98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고,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통계청은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2018년에 3,764만여 명으로 정점에 이른 후 줄어들 것으로 추계했습니다. 이처럼 경제활동 참가자 수의 감소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자본은 노동과 더불어 경제성장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경제성장은 한 나라의 생산 규모가 확대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생산 시설, 설비 등 자본을 확충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경제개발 초기 단계에서 공장을 짓고, 생산 설비를 갖추는 등 집중적으로 투자를 합니다. 반면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면 생산 환경이 이미 구축돼 있어 자본에 대한 투자는 감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림 3-2>에서 나타나듯이, 우리나라도 1980년대까지 자본 투자 증가율이 높았지만, 점차 경제 성숙기로 이행함에 따라 자본 투자 증가율이 이전보다 크게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경제가 성숙기에 진입했다고 해서 잠재성장률에서 차지하는 자본 투자의 비중이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미국의 사례 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기업의 투자 증가가 잠재성장률의 상승을 견인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지고 성숙기에 접어들어 과거와 같은 자본 투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을 감안하더라도, 투자 부진은 현재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하락에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총요소생산성은 기술 혁신, 산업구조, 경제 제도 등과 연관돼 있습니다. 경제성장에 있어 투입 가능한 노동과 자본의 양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경제개발 초기에는 노동과 자본의 추가적인 투입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지만, 경제가 성장한 이후에는 생산성이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기술 혁신이나 기존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 등 생산성 향상으로 추가적인 생산 능력을 확대해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도전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일수록, 경제적 규제가 낮은 자유로운 시장 환경일수록 혁신에 유리합니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유연성 및 적응 능력 ’이 OECD 국가 평균(6.53)보다 낮은 수준(5.83)입니다.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생산성에 영향을 주는 대외개방도나 규제 정도가 소폭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우리 경제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미흡한 수준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표 1. 총요소생산성 관련 주요 지표>

주: 지수는 0~10 범위로, 점수가 높을수록 경제활동에 유리한 환경을 의미하며, 괄호 안의 숫자는 국가 순위임,
자료: The Fraser Institute,< Economic Freedom of the World: 2019 Annual Report>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처럼 한국의 성장 동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경제활동 참가자 수를 높이고, 기존 인력들의 생산성을 향상이 필요합니다. 출산율 제고 노력과 함께 여성과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일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합니다. 또한 노동의 질을 높여 기존의 경제활동 참가자들의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자본 투입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우호적인 투자 환경 조성도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만큼 세계 주요국의 성장률 둔화,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이 기업 투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에 대한 규제 완화와 지원 확대를 통해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4차 산업혁명 등 경제 환경 변화에 대응한 신성장 동력의 확충이 중요합니다.

최근 우리 정부도 잠재성장률 둔화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5대 분야의 구조개혁 추진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12월 중 발표 예정인 ‘2020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① 산업혁신, ② 노동시장 혁신, ③ 공공부문 혁신, ④ 인구구조·기술 변화 등 구조적 변화, ⑤ 규제 혁신과 사회적 자본 축적에 대한 추진방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식어가는 한국 성장 동력에 불을 지피기 위한 정부와 민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참고하세요!

  • 1) 한국은행, <최근 미국 잠재성장률 상승 배경>, 2019.06
  • 2) 이 지수는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서 발표하는 혁신 환경을 보여주는 지표로, 10에 가까울수록 유연성이 높고 적응 능력이 높음을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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