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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지수를 통해 본

저물가의 원인과 영향

2019년 들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개월 연속 0%대 머물고 있습니다. 2019년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비)은 1월 0.8%, 2월 0.5%, 3월 0.4%, 4월 0.6%를 나타냈습니다. 이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크게 밑도는 수준입니다.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물가 상승률 역시 0.5%로, 통계청의 물가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입니다. 우리나라 물가 수준은 미국 1.7%, 유럽연합(EU) 1.5%, 중국 2.0% 등 세계 주요국과 비교(2019년 1~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이처럼 물가 상승률이 0%대를 기록하는 ‘저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디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상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저물가 원인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구성과 체감물가와의 괴리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 CPI)는 가계에서 일상생활을 꾸려나가는 데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 중 소비지출액 비중이 높은 460개 품목의 평균적인 가격 변동을 측정한 것입니다. 개별 품목의 가중치는 소비지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기초하여 산정됩니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가중치(1,000 기준)가 가장 높은 품목은 주택임차료의 전세(48.9)와 월세(44.8)이고, 그 다음은 휴대전화료(36.1)와 휘발유(23.4)입니다. 가중치가 높을수록 개별 품목의 가격 변동이 소비자 물가지수의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2019년 4월 치킨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7.2% 올랐고, 휴대전화료는 3.2% 떨어졌습니다. 치킨의 가격 상승률이 휴대전화료의 하락률보다 2배 이상 컸습니다. 하지만 치킨 가격과 휴대전화료의 가중치는 각각 5.2와 36.1으로 휴대전화료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에 따라 치킨은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04%p 끌어올렸고, 휴대전화료는 0.11%p 끌어내렸습니다. 휴대전화료의 가격 변동률이 더 적었지만 가중치가 더 높기 때문에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더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처럼 개별 품목은 가중치에 따라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집니다.

<표 1. 품목별 가중치와 물가지수에 대한 기여도>

 
  2019년 4월
물가지수
2018년 4월
물가지수
품목
가중치
품목
등락률
소비자물가지수
기여도
치킨 109.02 101.67 5.2 7.2% 0.04%p
휴대전화료 95.58 98.79 36.1 -3.2% -0.11%p
소비자물가지수 104.87 104.29 1000    

자료: 통계청

※ 등락률은 전년동월비 개별 품목의 가격 변동을 의미함. 기여도는 개별 품목이 전체 소비자물자 상승률에 미친 영향을 나타내며, 각 품목의 등락률에 가중치를 곱하여 산출함.

※ 품목별 물가지수는 통계청 발표 자료이며, 기여도는 통계청에서 제시한 수식

그런데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임에도, 실제로는 물가가 오르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일상생활 중에 소비하면서 느끼는 물가를 체감물가라고 합니다. 일정 기간 동안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내린 물건을 자주 구매한 사람은 물가 변동이 크다고 느끼지만,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물건을 구매한 사람은 물가 변동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가족과 함께 사는 수정 씨는 주로 집에서 밥을 먹고, 1인 가구인 성록 씨는 외식을 많이 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같은 메뉴(김치찌개)를 선택하더라도 마트에서 김치(4월 가격 변동률 -1.2%)를 사서 김치찌개를 끓여 먹는 수정 씨는 물가가 하락했다고 느끼지만, 식당에서 김치찌개 백반(3.6%)을 자주 사먹은 성록 씨는 물가가 상승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개인의 소비 패턴에 따라 체감물가와 공식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통계청은 체감물가와 물가지수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통화정책의 주요 지표이자 임금 협상이나 국민연금 급여 산정 등 경제정책 수립의 기초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은 체감물가를 설명하기 위해 매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할 때, 일반 가구에서 소비 빈도가 높은 품목과 생필품을 중심으로 한 생활물가지수, 채소·과일 등을 포함한 신선물가지수 등의 보조지표를 함께 제공합니다. 또한 소비 구조 변화를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하기 위해 5년마다 품목을 개편하고, 2~3년마다 가중치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2019년 현재, 2015년에 개편한 소비자물가지수를 사용하고 있는데, 통상 기준연도(2015년)에서 비교연도(2019년)가 멀어질수록 체감물가와 차이가 많이 나게 됩니다. 따라서 2020년에 기준연도가 변경돼 새로운 품목이 선정되면, 소비자물가지수의 변동과 체감물가가 당분간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표 2. 소비자물가지수 품목 분류 및 가중치>

 
분류
품목수(가중치) 33(137.6) 7(15.8) 30(61.1)
4월 물가상승률 1.4% 0.1% -0.2%
분류
품목수(가중치) 49(44.2) 32(69.8) 32(112.6)
4월 물가상승률 3.3% 0.0% -1.9%
분류
품목수(가중치) 55(61.2) 20(89.6) 44(131.8)
4월 물가상승률 -0.4% 1.0% 1.9%
분류
품목수(가중치) 16(165.9) 6(53.5) 36(56.9)
4월 물가상승률 1.0% -2.6% 1.5%

자료: 통계청

※ 등락률은 전년동월비 개별 품목의 가격 변동을 의미함. 기여도는 개별 품목이 전체 소비자물자 상승률에 미친 영향을 나타내며, 각 품목의 등락률에 가중치를 곱하여 산출함.

※ 품목별 물가지수는 통계청 발표 자료이며, 기여도는 통계청에서 제시한 수식

총수요와 총공급 측면에서 본 저물가 원인

다시 소비자물가지수로 돌아가, 지금의 저물가 현상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물가 변동의 원인은 총수요와 총공급 측면에서 찾습니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다면 가격이 오르고, 따라서 평균적인 물가 수준도 높아집니다. 초과 수요가 지속되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은 주로 가계의 소비지출과 기업의 투자로 인해 나타납니다. 그런데 2019년 1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GDP증가율은 전기대비 –0.3%를 기록했습니다. 민간소비(0.1%)는 둔화되었고, 제조업 부진으로 설비투자(-10.8%)와 수출(-2.9%)이 감소했습니다. 이처럼 수요가 저조하기 때문에 총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은 높지 않은 상황입니다.

공급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유가(油價)입니다. 2019년 4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휘발유(-8.5%, 가중치 23.4)와 경유(-2.8%, 가중치 13.8) 가격의 하락 폭이 컸습니다. 두 품목의 개별 가중치도 높아 4월 전체 물가상승률을 0.24%p 끌어내렸습니다. 이는 최근 국제유가 흐름과 유류세 인하 정책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5월 6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15%→7%)되었고, 국제유가도 오름세에 있기 때문에 석유류가 지금처럼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보통신 발달 역시 공급 비용을 낮추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모바일 쇼핑과 해외직구의 증가로, 유통단계가 축소되면서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이 제한됩니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 인상, 임금 인상 등 생산비 증가에 따른 물가 상승을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종합해 보면, 경제 전반적인 수요 부진과 공급 측 요인이 맞물려 물가 오름세가 둔화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2019년 4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큰 영향을 미친 품목과 그 요인을 살펴보겠습니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를 움직인 요인

<그림 1. 4월 소비자물가지수 주요 등락 품목>

(전년동월비, %)

자료: 통계청

통계청이 제시한 주요 등락 품목과 개별 품목의 물가 상승률은 <그림1>과 같습니다. 의류 및 신발에서는 남·여 학생복, 즉 교복 가격이 40% 이상 하락하면서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렸습니다. 2019년 3월 신학기부터 인천·세종·대전은 중·고등학생 모두에게, 경기도와 제주도는 신입생에게 교복을 무상으로 제공했습니다. 가격 조사 시, 해당 지역의 학생복 가격은 0원으로 집계되므로 학생복 물가지수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통신 부문에서는 통신요금 할인율 상향 정책, 이동통신사의 중저가 요금제 출시 및 가입자 확대로 인해 휴대전화기와 휴대전화료 물가지수가 전년동월대비 –2.4%, -3.2%를 기록했습니다. 이외에도 물가상승률을 낮춘 항목으로 학교급식비, 고등학교 납입금, 입원진료비, 병원검사료 등이 있는데, 이는 무상급식, 무상교육, 건강보험 보장 확대 등과 같은 정부정책과 연관돼 있습니다.

<그림 2.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물가 상승률>

(전년동월비, %)

자료: 통계청, 한국은행

※ 소비자물가지수는 통계청 발표 자료이고, 관리물가는 한국은행에서 집계하나 관리물가지수만 단독으로 공개하지 않고 ‘ 관리물가를 제외 근원물가’를 발표하여 해당 자료를 활용함.

소비자물가지수에 정부 정책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전체 지수에서 ‘관리물가’를 분리하는 것입니다. 관리물가란 전기·수도·가스, 의료, 교육 등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가격 결정에 영향을 주는 품목의 가격 변동을 추정한 물가지수입니다. 관리물가에 포함된 품목들은 다른 품목에 비해 가격 상승률이 낮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를 낮추게 됩니다. 특히, 정부의 복지정책이 확대되면 관리물가가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커집니다. ‘관리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 1) 상승률’은 <그림2>와 같습니다. ‘관리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공급 측면의 원자재 및 곡물 가격 변동과 정부 요인을 제거한 물가입니다. 이 지표는 2019년 1월 1.5%, 2월 1.6%, 3월 1.3%로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0.7~1.1%p 높은 수준입니다. 즉, 가계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복지정책이 현재의 저물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1) 근원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 품목 중 일시적인 외부 충격으로 가격 변동이 큰 일부 품목을 제외한 물가지수입니다. 근원물가지수는 농산품과 석유류를 제외한 지수가 있고, 이 보다 넓은 범위를 포함하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가 있습니다. ‘관리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에서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를 사용합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대로 현재 소비자물가에 반영된 저물가 상황은 수요 부진과 유가 하락, 그리고 어느 정도 정부정책의 영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고물가가 지속되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저물가가 지속되면 소비자 부담이 줄어 오히려 좋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물가가 지속된다는 것은 소비와 투자가 미진해 경기가 부진해지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소비자들은 나중에 더 낮은 가격으로 소비하려 합니다. 또한 신규 투자를 계획했던 기업은 공장 부지나 기계 가격이 더 하락하기를 기다릴 것입니다.

따라서 최근 저물가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물가 상승률이 계속 낮은 수준을 나타내면 추가수요 부진으로 이어져 물가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p)

퍼센트는 백분율로, 전체를 100으로 볼 때 전체에서 차지하는 정도 또는 변화율을 의미합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라고 하면 물가지수가 100에서 102로 높아진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퍼센트포인트는 변화의 폭, 즉 변화율의 차이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물가 상승률이 2018년 3%에서 2019년 2%로 하락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보다 1%p 낮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