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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기 금리 역전,
경기침체(R)의 전조인가
2019년 3월 22일, 12년 만에 미국 국채 단기금리(3개월물 2.45%)가 장기금리(10년물 2.43%)보다 높아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 10년 주기설’과 맞물리는 시기에 나타난 현상이어서 경제위기의 전조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2001년과 2007년 미국에서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1~2년 전에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적이 있습니다.
3월 29일 장기금리와 단기금리가 각각 2.41%와 2.40%로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일주일 만에 회복되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잦아들었지만, 또다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장단기 금리가 어떻게 결정되고 역전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금리 역전이 왜 주목받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다양한 금리를 접할 수 있습니다. 은행은 돈을 빌려간 사람(대출자)에게 돈에 대한 사용료 (대출이자)를 받아 예금한 사람에게 사용료(예금이자)를 지급합니다. 이처럼 금리는 ‘돈에 대한 사용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비와 투자를 위해 빌리려는 돈의 양이 많아지면 돈의 수요가 증가하여 금리가 상승합니다. 반대로 빌려주려는 돈이 많아지면 돈의 공급이 증가하여 금리는 내리게 됩니다. 이처럼 금리도 상품이나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됩니다. 즉, 돈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죠. 금리는 한 국가에서 통용되는 돈의 양(통화량)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각 국가의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합니다. 중앙은행이 정한 기준금리에 맞춰 시중은행은 단기금리를 조정합니다.
장기금리는 단기금리에 ‘유동성 프리미엄’을 더해 결정됩니다. 유동성 프리미엄은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말합니다. 돈을 빌려주는 기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아집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여 상대방이 돈을 갚지 못할 수 있고, 그 기간 동안 자금이 묶여 필요할 때 바로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동성 프리미엄이 더해진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2019년 들어 세계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습니다. 실제로 세계은행(World Bank)은 1월 8일 세계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9%로 하향 조정했고, 국제통화기금(IMF)도 4월 2일 3.5%에서 3.3%로 낮추었습니다. 경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면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제행위입니다. 따라서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미국의 장기국채 수요가 현격히 많아졌습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국가이며,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발행하기 때문에 미국 국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채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향후 경기 둔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미국의 장기국채를 사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장기국채 금리가 하락한 것이죠.
반면, 미국의 단기국채 금리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초저금리(0~0.25%)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다 미국의 실업률, 소비지출, 물가상승률 등 경제지표가 호전됨에 따라 2015년 12월부터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여 현재 기준금리는 2.25~2.50%까지 인상되었습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단기금리는 기준금리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미국 국채 단기 금리는 기준금리와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단기금리는 상승했는데, 동시에 경기 둔화 우려로 장기국채 수요가 급증하면서 장기금리는 하락하여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것입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이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을 우려하는 이유는 1960년 이후 나타난 아홉 차례의 장단기 금리 역전 중 일곱 차례나 경기침체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이후 예기치 못한 경제적 충격이 발생하면 경기침체가 나타났습니다. 1990년에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유가가 폭등하며 경기침체로 이어졌고, 2000년 7월에 역전된 장단기 금리는 2001년 1월까지 지속되었는데 같은 기간 IT버블이 붕괴되며 경기침체가 시작되었습니다. 2006년에는 7월부터 10개월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된 후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며‘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12년 만에 나타난 현상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이 장기국채를 많이 사려 한다는 것은 경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며,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경제 전망이 어두울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그러나 올 3월의 장단기 금리 역전만으로 경기침체를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의 경우, 과거 ‘R(경기침체)의 공포’가 현실이 됐을 때처럼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몇 달 동안 지속되지 않았고 경기침체를 초래할 만한 경제적 충격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 차례 장단기 금리 역전을 두고 경기침체를 판단하기보다 경기를 진단할 수 있는 여러 경제지표 추이를 살펴보며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참고하세요!
채권은 자금을 조달하고 발행해 주는 차용증서로 국가에서 발행하면 국채, 기업에서 발행하면 회사채입니다. 국채는 국가가 원금과 정해진 수익률을 보장하기 때문에 안전한 자산으로 간주됩니다. 경기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 사람들은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기피하고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하게 됩니다. 예외적으로 2010년 그리스, 이탈리아와 같이 국가 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을 크게 상회하여 국가 부도 가능성이 높아진 국가의 국채는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100만 원을 예금금리 연 2%인 상품에 넣어두면 1년 후 2만 원의 이자가 더해져 102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국채의 경우, 할인율이 적용되어 해당 금리만큼 할인된 가격으로 채권을 매입하게 됩니다. 액면금액 100만 원의 1년 만기 국채를 2%의 금리에 사면 지금 98만 원에 국채를 매입하고1년 뒤에 2%의 이자는 받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국채의 가격과 금리는 항상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금리가 5%로 상승하면 국채 가격은 95만 원으로 하락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