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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세’라고 들어보셨나요? 독신세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 또는 그들의 부모에게 부과했던 세금입니다. 한 시대를 호령했던 로마제국에 실제로 ‘독신세’가 있었습니다. 미혼인 25~60세 남성과 20~50세 여성들은 수입의 1%를 세금으로 냈습니다. 게다가 선거권과 상속권도 박탈당했습니다. 로마제국의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는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정식 혼인에 관한 율리우스법」를 제정하며 강력한 인구정책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했고, 로마제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스파르타, 아즈텍제국 등도 멸망하기 전 인구가 급감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어느 나라든 국가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국민, 즉 사회구성원이 필수적입니다. 인구 감소는 한 국가의 명운을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프랑스는 1970년대 출산율이 2.5명을 밑돌자 곧바로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며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에 나섰고, 일본 역시 1989년에 출산율이 1.57명을 기록하자 ‘1.57쇼크’라고 부르며 여러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22세기에 인구 감소로 국가소멸위기에 처한 나라가 있습니다. 어디일까요?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우리나라의 인구절벽의 심각성을 살펴보겠습니다.

들리지 않는 아기 울음소리, 사라지는 도시들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경고음이 감지된 것은 10년도 더 된 일입니다.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교수는 2006년에 대한민국을 ‘1호 인구소멸 국가’라고 발표했습니다. 13년이 지난 지금도 출산율은 계속 하락해 2018년 합계출산율은 0.98명을 기록했습니다. 출산 가능한 여성(15~49세)이 낳는 자녀의 수가 1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합계출산율이 1에 미치지 못한 것은 1960년 해당 통계가 발표(OECD 기준)된 이래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최초입니다. 특히, 합계출산율이 2.1명이 돼야 현재 인구 수준을 유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저출산의 심각성은 쉽게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의 추세라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8년에 정점을 찍은 후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은 마을이 17곳이며, 2018년 6월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1,503개입니다. 20~30년 후, 우리나라의 절반 가까운 지역에 아무도 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림 1. 지방소멸현황>

228개 시군구 기준 / 3,463개 읍면동 기준

출생아 수의 지속적인 감소는 향후 생산가능인구(15세~64세)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해가 갈수록 높아져, 2017년 13.8%에서 2025년 20%, 2051년 40%를 초과할 전망입니다. 전체 인구를 연령순으로 줄 세웠을 때 중간값, 즉 중간에 있는 사람의 연령인 중위연령은 2017년 42세에서 2031년 51세, 2067년 62세로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저출산과 고령화로 우리나라가 점점 늙어간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인구 감소가 가져올 사회·경제적 충격

인구 감소, 특히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 사회·경제적인 파급효과가 상당합니다. 첫 번째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일본은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20년 뒤 노동 부족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소매점 등 일부 업종은 사람의 빈자리를 기계가 대신했지만, 기술과 노하우 전수에 어려움을 겪으며 결국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유럽은 2010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했습니다. 이 시기 유럽 재정위기와 경기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인구구조의 변화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즉, 주요 소비층인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소비가 위축되자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요 부족은 기업의 생산 감소로 이어져 실업률이 높아지고 이는 다시 소득이 줄어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나라도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 국가의 재정 부담이 높아집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고령인구 비중이 높아지면 세입이 줄어드는데, 연금지급 등 정부지출이 늘어나 재정악화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생산가능인구 세 명이 고령인구나 유소년인구 한 명을 부양하고 있습니다. 즉, 부양비 는 37.6명으로 세계 여러 국가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2056년에는 생산가능인구 한 명이 고령인구 한 명을 부양해야 합니다. 출산율은 세계에서 최하위권인 반면 기대수명은 82.5세로 국제 평균(72.3세)보다 높은 수준이여서 부양비가 빠르게 증가해 재정 부담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인구 감소를 경험한 일본과 남유럽 역시 국가부채가 급증해 재정건전성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국내에서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인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 역시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 부양비는 100명의 생산가능인구가 부양해야할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또는 유소년인구를 의미합니다.

<그림 2. 인구 구성비와 부양비 전망>

그림. 인구구성비와 부양비 전망 록색 구성비(0~14세. %) , 파란색 구성비(15~64세. %) , 자주색 구성비(65세 이상. %) / 부양비표 록색 유소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당)  파란색 노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당)

자료: 통계청

인구절벽,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과제

사람들은 인구절벽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개인이 당면한 문제라기보다는 국가가 해결해야 할 향후 과제라고 인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가도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정책을 펴왔습니다. 실제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1차(2006~2010)와 2차(2011~2015)에서는 양육비 지원, 일·가정 양립 등을 통해 출산율을 높이는 데 목표를 두었습니다. 그러나 3차 기본계획(2016~2020)에서는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아이와 부모의 삶의 질 개선에 집중하고, 남녀 평등한 노동과 양육 여건을 확립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청년들의 일자리와 주거 대책을 강화하여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림 3. 저출산 대책 확장 방향>

그림3. 저출산 대책 확장 방향 미시적 요인 제1,2차 기본계획 ,결혼비용, 자녀 양육ㆍ교육비, 일ㆍ가정 양립 , 임신 출산 건강 > 제3차 기본계획, 거시적 사회구조적 요인 ,경제(경기주택 시장) ,교육(교육시스템) , 노동시장(학벌주의,실업,고용,가족 친화,직장문화), 지역사회(가족 친화적사회ㆍ환경및 인프라) , 문화(다양한 가족에 대한 수용성),가족(가부장적문화,남성육아ㆍ가사참여)

자료: 대한민국정부(2016),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사실 저출산 현상은 사회·경제·문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교육수준과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을수록 출산율은 낮게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하락하는 것 또한 여성들의 학력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며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습니다. 다만, 다수의 연구에서 일·가정 양립과 양성 평등이 확산될수록 출산율이 높아지는 결과를 보여주듯이, 우리나라도 부모 모두가 공평하게 육아를 분담하는 등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지면 출산율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고령인구의 비중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수준의 속도입니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응한 대책이 일반적인 정책의 속도와 수준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당면한 인구절벽의 심각성을 경제적인 문제만이 아닌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대응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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